안녕하세요, 경찰출신 형사전문변호사 서범석변호사입니다.
제게 의뢰하시는 사건들 중에서는 사건 발생 당일, 혹은 그 이전부터 심리적으로 매우 불안한 상태였다거나 술에 만취한 '심신미약' 상태에서 범행을 저질렀다고 말씀하시며 '심신미약' 주장이 가능한지 문의하시는 경우가 꽤 많습니다.
범행 후 인터넷 검색 등을 통해 심신미약이 인정되면 형이 감경되거나 사안에 따라서는 치료감호를 요청해 볼 수도 있다는 정보를 찾아보시고 이같은 질문들을 주시곤 하는데
여러 뉴스들을 통해서 접해보신 적이 있으시겠지만
요즘에는 단순한 음주, 약물의 복용상태로 인한 심신미약의 주장은 받아 들여지지 않을 뿐만 아니라 되려 범행에 대한 진심어린 반성이 없는 것으로 비춰져 가중처벌 될 수 있으며,
더구나 치료감호는 객관적 검사 및 증거를 통해서 심신상실 또는 심신미약에 이르는 상황이었음이 인정되어야 받아 들여질 수 있는 매우 어려운 것으로서 함부로 심신미약, 치료감호 등을 주장하셔서는 안 되고, 미리 변호사와 충분히 상담하신 후 필요에 따라서는 적절한 검사를 진행하는 등 철저한 준비를 하셔야 합니다.
심신미약 치료감호 주장하려면
얼마 전 공연음란죄로 기소된 의뢰인의 가족분이 경찰출신변호사이자 형사전문변호사인 저를 찾아오신 일이 있었습니다.
(사건내용은 의뢰인 비밀보호 차원에서 사실관계 각색 후 소개합니다)
사건당사자인 의뢰인은 이미 공연음란죄로 수차례 처벌받은 전과가 있고, 심지어 징역형 이상의 중형을 받은 전과도 여러차례 있음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공연히 음란한 행위를 하여 체포되었으며, 이번에는 피해자를 쫓아가기까지 하여 주거침입 혐의까지 더해진 상태로, 실형이 선고될 가능성이 굉장히 높은 상황이었는데요
저를 찾아오신 의뢰인의 가족분께서는 의뢰인의 부모님이 모두 돌아가시고 나서부터 의뢰인이 이전과 많이 달라졌다는 취지로 말씀하시며
의뢰인이 성도착증, 망상증상이 있어 범행을 반복하는 것인데, 이미 의뢰인의 부모님이 다 돌아가시고 형제들도 출가하여 의뢰인과 함께 생활하며 돌봐 줄 가족이 없어 주기적으로 이렇게 범행을 저지르게 된 것 같다면서 차마 형제인 의뢰인이 또다시 감옥에 가게 되는 것을 두고 볼 수가 없으니 혹시라도 '심신미약' 등을 주장하여 선처를 받을 수 있을지 자문을 구하셨습니다
정신과적 질환으로 인한 반복적 범행이라면, 심신미약 주장 가능할까
앞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단순 약물, 음주에 의한 심신미약은 인정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동종의 전과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재범한 경우에도 쉽사리 심신미약을 주장하셔서는 절대 안 될 것입니다.
실제로 법관이 형을 정할 때 기준으로 삼는 대법원의 '양형기준'을 살펴보면,
"범행의 고의가 없었고, 범행 수행을 예견하지 못 하였으나, 과거의 경험, 당시의 신체상태나 정황 등에 비추어 음주 또는 약물로 인하여 만취상태에 빠지면 타인에게 해악을 미칠 소질(가능성)이 있는 경우에는 피고인이 범행 당시 심신미약 상태에 있었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감경인자로 반영하지 아니한다"
"범행의 고의 또는 범행 수행을 예견하거나 범행 후 면책사유로 삼기 위하여 자의로 음주 또는 약물로 인하여 만취상태에 빠진 경우에는 피고인이 범행 당시 심신미약 상태에 있었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만취상태를 일반가중인자로 반영한다" 고 규정되어 있는바
이미 동종의 전과가 여러차례 있고, 정신과적 질환이 있어 음주 등의 상태에 빠졌을 경우 범행을 저지를 수 있다는 사실을 스스로 인지하고 있으면서도 음주를 하여 범행을 저질렀다고 한다면 형의 감경을 구하는 것은 어려울 뿐더러 자칫 잘못하다가는 '가중처벌' 받을 수도 있기 때문에 정신과적 질환 등이 있다는 이유만으로는 쉽게 심신미약을 주장하여 형을 감경받으려 하거나 면죄부를 받으려 시도하시는 것은 위험합니다.
심신미약 주장해 볼 수 있는 경우
그렇다면 심신미약을 주장해 볼 수 있는 사안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일단 형법에서는 '심신장애'라고 해서
"심신장애로 인하여 사물을 분별할 능력이 없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는 자의 행위는 벌하지 아니하고, 심신장애로 인하여 사물분별능력이나 의사결정능력이 미약한 자의 행위는 형을 감경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형법에 규정된 심신장애의 의미에 대하여 대법원은
"형법 제10조 제1항 소정의 심신상실자는 사물변별능력, 즉 사물의 선악과 시비를 합리적으로 판단하여 구별할 수 있는 능력이 결여되거나 의사결정능력, 즉 사물을 변별한 바에 따라 의지를 정하여 자기의 행위를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이 결여된 상태에 있는 자를 말하며 같은 조 제2항의 심신미약자는 위와 같은 능력이 결여된 정도는 아니고 미약한 상태에 있는 자를 말하는 것이다(대법원 90도1328 판결 참조)."고 해석하고 있는바
심신미약, 심신장애는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수준의 증거, 정황에 따라 어떠한 사건의 가해자가 사물분별능력, 의사결정능력이 '현저히' 떨어지거나 '없는' 상태에서 범행을 저지른 경우에 주장해 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최근에 삼촌을 살해하려다가 미수에 그친 사건 피고인에 대해 대구지방법원이 심신미약을 인정하고 치료감호를 명령한 사건이 이었는데
이 사건 피고인인 조카는 조현병과 망상장애로 10년 이상 약물치료를 받고 있던 상태에서 "삼촌이 어머니의 영혼을 따먹었다"는 등의 망상으로 범행에 이르렀으며, 부모님의 사망 이후 그 병증이 심화된바 기존의 정신과 진단서, 정신장애 평가지, 심리평가보고서, 요양급여내역 등의 객관적 근거를 바탕으로 재판부가 '심신미약'을 인정, 형을 감경한 것은 물론이고 정신병원 치료감호를 명하였으므로
단순 음주, 약물, 우울증, 공황장애 등으로 인한 심신미약 등의 인정은 어려울 것이지만,
정신건강학과 전문의의 진단서, 소견서 및 정신감정 등을 통해 객관적으로나 합리적으로 '심신미약이나 심신상실, 심신장애'의 상태에 이른 상태에서 저지른 범행임을 입증할 만한 사정이 있다고 한다면 형사전문변호사, 경찰출신변호사의 조력을 받아 객관적 증거를 확보함으로써 선처와 구제를 호소해 보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심신미약 주장과 치료감호 청구에 있어 사건내용을 정확히 파악해야
앞에서 당부드린 것처럼 심신미약, 심신장애, 치료감호 등의 청구는 반드시 신중해야 합니다.
섣불리 심신미약 등을 주장했다가는 오히려 선처의 기회를 잃어버릴 수 있으며 특히 치료감호는 검찰의 청구에 의해서만 재판부가 그 처분의 결정을 고려해 볼 수 있기 때문에 재판장에서 치료감호를 호소하는 데에 있어 객관적이고 합리적 근거를 반드시 준비해 두셔야 하는데,
예를 들어 이전에 제가 진행한 사건 중 공기업에 재직 중인 의뢰인께서 술에 취해 블랙아웃이 된 상태에서 피해자를 유사강간하여 형사입건된 사건에서는 의뢰인의 혐의가 명확했기 때문에 술에 만취하여 범행을 기억하지 못한다는 취지로 진술하여 혐의를 부인하거나 심신미약을 주장할 경우 되려 징역형 이상의 중형을 선고받게 될 가능성이 높았던바
의뢰인 변호를 맡은 저는 사건 초기에 혐의를 일부 인정하되 사건 당일 술에 만취하여 순간적인 욕정을 이기지 못 하고 범행에 이르게 된 사정이나, 피해자에게 진심어린 사과를 하고 용서를 빌고 있는 점, 피의자(의뢰인)이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재범방지 교육을 성실히 받으며 재범에 이르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있는 점 등을 강력히 피력하는 방향으로 사건을 풀어나간 결과
'성폭력 재범방지교육 이수 조건부 기소유예' 처분으로 사건을 종결할 수 있었으므로
설령 술이나 약물, 혹은 정신과적 문제로 범행에 이르렀다 하더라도 무작정 심신미약, 심신장애를 주장하기 보다는 사건의 구체적인 내용에 맞는 전략으로 사건을 해결해 나아가셔야 한다는 점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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