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경찰대출신변호사 서범석변호사입니다.
지난 2년간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하여 사실상 사람들이 대거 운집하는 각종 공연이나 행사가 아예 중단되다시피 하였습니다.
이로 인해 문화예술계가 큰 타격을 입기도 했었고, 또 대중들 입장에서는 좋아하는 공연, 전시 등을 관람하지 못 해 아쉬웠을텐데요, 그래서인지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대형 콘서트, 페스티발 등에 그간의 아쉬움을 달래려는 인파가 몰리고 있다고 합니다.
특히 최근에는 가수 싸이가 무려 3년만에 콘서트를 재개하면서 잠실 주경기장에는 3만명이 넘는 인파가 몰려들었다고 하는데, 오랜만의 공연에 많은 분들이 티켓팅 대열에 참여하면서 이제는 돈이 있어도 티켓을 구할 수 없어 못 간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고 합니다.
실제로, 제 주위에도 토트넘 내한 경기나 각종 콘서트, 뮤지컬 등의 티켓을 예매하고자 티켓오픈 시각 정각에 예매사이트에 접속을 해도 "10초만에 매진됐다"며 아쉬움을 토로하시는 분들을 꽤 봤는데,
누군가는 "사람의 힘으로 구할 수 있는게 아니다", "장당 10만원씩 주면 매크로로 티켓을 대리 예매해주는 알바가 있다"는 등의 이야기를 하는 것을 보면 정말로 개인의 힘으로 예매를 할 수 있긴 한 건가? 싶은 생각마저 들기도 합니다.
매크로를 이용한 티켓팅 예매행위 형사처벌 대상이 되나요?
'매크로'라고 들어보셨는지요?
실제 티켓예매 시 개인이 직접 하는 경우보다도 많이 이용되는 프로그램이 바로 '매크로'입니다.
매크로에 대해서 이야기 들어보신 분들 꽤 많으실 거라 생각되는데,
'매크로'는 IT에서 사용하는 용어로 여러 개의 명령어를 하나로 묶은 것을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예매시스템에서 좌석을 선택하고 예매하는 일련의 과정들을 수행하는 여러 개의 명령어를 하나의 프로그램화시켰다고 생각하시면 되죠.
매크로를 실행한다면 이 일련의 과정들이 순서대로, 자동적으로 그 과정을 수행하게 되기 때문에 개인이 예매를 하기위해 날짜를 선택하고, 자리를 예매하고, 결제하는 단계까지 클릭이나 입력을 통해 다양한 명령어를 주게되고 그 과정에서 시간이 소요되는 반면, 매크로는 프로그램을 돌리면 자동으로 해주니 개별적인 명령을 주는 과정보다는 훨씬 더 빠르게 진행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여러 좌석을 한 번에 잡아두고 온라인을 통해 수십만원의 프리미엄, 수수료를 덧붙여 되파는 일이 성행하자 이에 대한 '법적 제재'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상황인데요,
최근에는 매크로 프로그램을 활용한 대리티켓팅 알바를 했다가 고객으로부터 경찰신고를 당한 의뢰인께서 경찰대출신변호사인 저를 찾아오신 일이 있었습니다.
대리티켓팅을 해주겠다면서 수수료를 받았다가 처벌받을 위기에 처한 사례
* 의뢰인 비밀보호 차원에서 사건의 내용은 각색하였음을 안내드립니다.
최근 저희 사무실을 방문해주셨던 의뢰인께서는 사기 혐의로 고소를 당하여 제게 상담을 의뢰하셨는데,
IT업계에서 소프트웨어 프로그래머로 일하는 의뢰인께서는 지인의 부탁으로 매크로 프로그램을 활용한 티켓 예매를 해 준 경험을 통해 '매크로로 티켓을 대리구매해주고 수수료를 받아야 겠다'고 결심, 인터넷 중고거래 카페나 어플, SNS 등을 통해 "매크로로 티켓을 예매하면 개인이 하는 것보다 성공률이 높다"면서 대리티켓팅을 원하는 사람들을 모집하였습니다.
대리티켓팅에 따른 수수료는 원래 티켓 가격의 약 2~4배에 달하는 비용을 산정하여 받았고, 예매가 힘든 공연이나 경기, 행사일수록 높은 가격을 책정하여 받는 과정에서 의뢰인께서는
매크로를 활용해도 티켓예매에 실패할 때는 마치 티켓예매에 성공한 것처럼 고객을 속이고 수수료를 입금해주면 티켓을 우편으로 배송해 주겠다고 한 뒤 티켓가격 및 수수료만 편취하고 티켓을 배송해주지 않는 등 사기 범행을 저질러 결국에는 사기 혐의로 고소를 당한 상황이었습니다.
단기간에 큰 돈을 벌 수 있다는 안일한 생각에 사기 범행을 저질렀다가 형사처벌을 받을 위기에 처하자 중형에 처할 수도 있다는 두려움은 물론이고,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 직장마저 잃을 수 있다는 생각에 경찰대출신변호사이자 형사전문변호사인 제게 의뢰하셨습니다.
매크로를 활용한 티켓팅, 형사처벌 대상이 될까?
매크로로 대량 예매를 한 뒤 의뢰인처럼 비싼 값에 되파는 행위가 많다보니 정말 공연이나 행사, 경기를 관람하고자 하는 일반 관람객들에게 그 피해가 고스란히 돌아가고 있는데요, 상황이 점점 심각해짐에 따라 매크로를 활용한 티켓팅 행위에 대하여 형사처벌 해야 한다는 등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다만 현행법이나 대법원의 판례들을 바탕으로 형사처벌이 가능한지 살펴보면,
1. 현행법상 처벌 가능여부 : '악성프로그램'으로 볼 여지가 있다면 처벌 가능
정보통신망법에 따르면
"누구든지 정당한 사유 없이 정보통신시스템, 데이터 또는 프로그램 등을 훼손ㆍ멸실ㆍ변경ㆍ위조하거나 그 운용을 방해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하 "악성프로그램"이라 한다)을 전달 또는 유포하여서는 아니 된다(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48조 제2항)."
"동법 제48조 제2항을 위반하여 악성프로그램을 전달 또는 유포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7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동법 제70조의2)."
따라서 매크로가 만약 악성프로그램이라면 이 매크로를 전달·유포하는 것만으로도 처벌 받을 수 있다고 할 것인데, 다만
2. 판례의 입장: "반복적인 작업만을 수행하는 매크로는 악성프로그램은 아니다"
"구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2016. 3. 22. 법률 제1408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71조 제9호 및 제48조 제2항 위반죄는 정보통신시스템, 데이터 또는 프로그램 등(이하 ‘정보통신시스템 등’이라 한다)을 훼손·멸실·변경·위조하거나 그 운용을 방해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하 ‘악성프로그램’이라 한다)이 정보통신시스템 등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여 악성프로그램을 전달 또는 유포하는 행위만으로 범죄 성립을 인정하고, 그로 인하여 정보통신시스템 등의 훼손·멸실·변경·위조 또는 그 운용을 방해하는 결과가 발생할 것을 요하지 않는다. 이러한 ‘악성프로그램’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프로그램 자체를 기준으로 하되, 그 사용용도 및 기술적 구성, 작동 방식, 정보통신시스템 등에 미치는 영향, 프로그램 설치에 대한 운용자의 동의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피고인들이 자동 회원가입, 자동 방문 및 이웃신청 등의 기능을 이용하여 네이버 카페나 블로그 등에 자동적으로 게시 글과 댓글을 등록하고 쪽지와 초대장을 발송하는 등의 작업을 반복 수행하도록 설계된 다수의 프로그램들을 판매함으로써 정당한 사유 없이 정보통신시스템 등의 운용을 방해할 수 있는 악성프로그램을 유포하였다고 하여 구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2016. 3. 22. 법률 제1408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정보통신망법’이라 한다) 위반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위 프로그램들은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 업체나 상품 등을 광고하는 데 사용하기 위한 것으로, 일반 사용자가 통상적으로 작업하는 것보다 빠른 속도로 작업하기 위하여 자동적으로 댓글의 등록이나 쪽지의 발송 등의 작업을 반복 수행할 뿐이고, 기본적으로 일반 사용자가 직접 작업하는 것과 동일한 경로와 방법으로 위와 같은 작업을 수행하는 점, 위 프로그램들 중 일부는 프록시 서버를 이용하여 네이버 등에 간접적으로 접속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네이버 등의 정보통신시스템 등이 IP를 차단하는 것을 회피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으나,
이는 네이버 등의 정보통신시스템 등을 훼손·멸실·변경·위조하는 등 그 기능을 물리적으로 수행하지 못하게 하는 방법으로 IP 차단을 방해하는 것이 아닌, 위 정보통신시스템 등이 예정한 대로 작동하는 범위 내에서 IP 차단 사유에 해당하지 않고 통과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에 불과한 점, 위 프로그램들 사용으로 정보통신시스템 등의 기능 수행이 방해된다거나 네이버 등의 서버가 다운되는 등의 장애가 발생한다고 볼 만한 증거가 없는 점 등을 종합하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위 프로그램들이 구 정보통신망법 제48조 제2항의 ‘악성프로그램’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같은 취지에서 피고인들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이 정당하다(대법원 2019. 12. 12. 선고 2017도16520)."
면서 정보통신망법 위반 처벌대상이 되는 '악성 프로그램'인지 여부는 개별 사안에 따라 다를 수 있으며, 반복적인 작업만을 수행하는 매크로라면 악성프로그램은 아니다는 입장을 밝힌바, 매크로를 활용한 티켓팅 행위에 있어서는 형사처벌이 어려울 수 있다고 할 것입니다.
매크로를 사용하고 처벌받는 경우는?
단 매크로를 활용한 티켓팅 행위에서 주의하셔야 할 사항은 "매크로를 사용하는 것 자체는 불법행위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매크로를 악용해 범죄에 이용하는 경우라면 불법행위가 성립하고,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는 점인데
예를 들어 매크로를 통해 각종 온라인 예매 서비스를 과도하게 이용하다 해당 업체 서버에 피해를 입히면 형법 제314조 제2항의 '컴퓨터 등 장애 업무방해죄'가 성립할 수 있으며, 앞에서 말씀드렸던 것처럼 매크로를 이용해 사기죄를 저질렀다면 '컴퓨터등 사용 사기죄'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대법원은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해 소속 강사에 대한 홍보와 경쟁상대인 타강사를 비방하는 내용의 비방성 연관 및 자동완성 검색어가 나타나도록 연관검색어 상위노출, 자동완성 검색어 조작이 될 수 있도록 작업해 네이버 서버에 부정한 명령을 입력한 피고인에 대하여 '컴퓨터 등 장애 업무방해죄'를 인정한 사례가 있고(대법원 2021.10.28.선고 2021도9579 판결 참조)
또 경찰에서는 개인정보를 도용하여 아이디를 다수 생성함으로써 매크로 티켓팅을 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정보통신망법 제28조2 개인정보누설죄로 처벌 가능하고, 티켓사이트에 불법적으로 접근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정보통신망법 제48조 정보통신망침해죄로 처벌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힌 사례가 있는바,
매크로 프로그램을 활용한 티켓예매 행위에 있어서는 그 목적과 사건경위에 따라 중형에 처하게 될 수도 있다고 할 수 있으니 유의하셔야 합니다.
매크로를 이용한 티켓사기 혐의, 구제방안은?
일단 경찰대출신변호사 서범석변호사에게 의뢰하신 사안처럼 금전을 편취할 목적으로 고객들을 기망하고 실제 티켓값 및 수수료를 편취하였다고 한다면 사실상 무죄를 주장하기는 어렵습니다.
처벌받을 것이나 직장을 잃을 것이 두려워 섣부르게 무죄를 주장했다가는 오히려 반성하지 않는 태도로 여겨져 양형에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는바
일단 사건내용을 경찰출신변호사, 형사전문변호사에게 검토 받으신 후 유죄가 확실한 사안이라고 한다면 자신이 현재 경제적으로 곤궁한 상태에 처해있어 금전적으로 어려웠다는 사정이나 기망행위를 하기는 했으나 기망행위 정도가 약하여 상대방이 주의를 기울였다면 충분히 알 수 있었던 정도의 기망행위이거나 손해의 발생이 크지 않았다는 점, 기망행위로 편취한 금액이 크지 않은 점 등을 주장해볼 수 있습니다.
혹은 피해를 입은 피해자들과 어느 정도 합의를 함으로써 형량을 낮춰보실 수도 있으니 개별 사안마다 적절한 정상참작 사유, 감경사유 등에 대해 형사전문변호사에게 조언받으시고 사건에 적극 대응하실 것을 추천드리며
혹시라도 고객들의 금전을 고의적으로 편취할 의도가 없었고, 대리 티켓팅을 해 줄 의사와 능력이 충분히 있었으나 어떠한 사정으로 고객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 한 사안이라고 한다면 주최측의 사유, 프로그램상의 사유 등과 관련한 증거를 수집하여 사기죄 성립 자체를 부정해보거나 관련 사정을 정상참작 사유로 적극 피력함으로써 벌금형 등의 선처를 구해보실 수 있을 것입니다.
형사사건은 초기부터 시기에 맞는 적절한 대응을 통해 양형에 도움을 받으시는 것이 매우 중요하므로 위 내용을 참고하시고 중형을 면하시길 바라며 관련 사건에 연루되어 경찰조사 등을 받고 계시거나 받을 예정이신 분들께서는 꼭 구체적인 사건내용을 지참하여 변호사와 상담해보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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